계단에 머무르는 몸

엘리베이터가 이동을 압축하는 장치라면, 계단은 이동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계단에서는 속도를 감출 수 없고, 몸은 항상 자신을 노출한다. 오르막에서의 숨, 내려갈 때의 무릎, 방향을 바꾸는 순간의 중심 이동. 계단은 몸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건축이다.
우리는 보통 계단을 “비효율적인 이동 수단”으로 인식한다. 빠르지 않고, 피곤하며, 목적지로 곧장 데려다주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비효율 때문에 계단은 공간 경험의 밀도를 만들어낸다. 한 층과 다음 층 사이의 높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리듬으로 변환된다. 몇 단을 오르면 숨이 차는지, 어느 지점에서 손잡이를 잡게 되는지, 어디에서 잠시 멈추는지. 계단은 수직 이동을 시간화한다.
계단의 중요한 특성은 ‘중간 상태’에 있다. 계단에 서 있는 순간, 우리는 어느 층에도 속하지 않는다. 출발점에서도 아니고 도착점에서도 아니다. 이 애매한 위치성 때문에 계단은 종종 무시되거나 최소화된다. 그러나 바로 이 비소속성 때문에 계단은 우연한 만남과 시선의 교차가 발생하는 장소가 된다. 복도에서는 마주치지 않던 사람들이, 계단참에서는 서로를 인식한다. 건축에서 사회적 관계가 가장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지점은 종종 이 ‘사이 공간’이다.
계단은 또한 시선의 장치다. 오르내리는 동안 시야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난간 너머로 아래층이 스치고, 벽의 끝이 갑자기 열리며, 창이 프레임처럼 등장한다. 이때 공간은 한 번에 인식되지 않고, 연속적인 장면으로 경험된다. 계단은 건축을 서사로 만든다. 한 컷의 이미지가 아니라, 장면들의 연쇄로 공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현대 건축에서 계단은 점점 비가시화되고 있다. 피난 규정 속으로 밀려나거나, 코어 내부에 감춰지거나, 최소 치수로 환원된다. 반면 엘리베이터 로비는 점점 화려해진다. 이동의 효율은 극대화되었지만, 이동의 경험은 삭제되었다. 이때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정말로 모든 이동을 빠르게 해야 하는가? 공공건축에서조차 계단이 ‘선택지’가 아니라 ‘예외’가 되는 순간, 건축은 몸과의 협상을 포기한다.
계단을 다시 설계한다는 것은 단순히 계단 폭을 넓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이동을 사건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배경으로 지울 것인가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계단을 중심에 두는 건축은 몸을 중심에 둔다. 그리고 몸을 중심에 둔 건축은, 사용자를 통과시키지 않고 머무르게 한다.
어쩌면 계단은 가장 솔직한 공간이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고, 나이와 컨디션, 하루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계단 앞에서 건축은 평등하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불균등함 속에서, 우리는 건축을 ‘보는 존재’가 아니라 겪는 존재가 된다. 계단은 그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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